“비싼 진료비 때문에”

 

 

이(齒) 아파도 치과못가는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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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 진료비 일반인과 동일…임플란트 한 대당 200만원

 

“우리 같은 사람이야 죽으면 그만, 돈이 어딨어서 그 비싼 치과치료를 받겠어요? 엄두도 못낼 일이지. 그냥 이(齒)가 아프면 아픈대로 그렇게 살다 가는 거지 뭐~.”

 

12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1급 판정을 받은 김진수(가명·49)씨는 최근 잇몸이 헐대로 헐었지만 치과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녹록치 않은 생활에 장애까지 얻은 마당에 비싼 치과진료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이다. 단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루 몇 번 하는 칫솔질이 전부다.

 

이처럼 대다수의 장애인이 치주질환에 노출돼 있지만, 정작 값비싼 치과진료비와 의료인력의 부재 및 보건당국의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 보건족지가족위원회 전현희 의원(민주당)주최로 열린 장애인 구강진료 실태 및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김영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경상북도 지역 장애인생활시설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구강상태에 대해 표본조사 한 결과 대다수의 장애인이 치주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금번 장애인 구강실태조사에서 장애인생활시설 이용자 858명 중 치석제거(스케일링)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339명(39.5%)이었으며, 잇몸치료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89명(10.4%), 충치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은 144명(16.8%)이었다.

 

특히 치아가 1개 없는 장애인이 44명(5.1%), 2개 없는 장애인이 44명(5.1%), 3개 이상 없는 장애인이 130명(15.2%)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장애인은 표본조사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의 장애인생활시설 이용자 구강관리 지원은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생활시설에 치과 유니트 지원사업이 있으나, 치과유니트를 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어 시설내에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며, 최근 장애인생활시설 신축시에는 치과 유니트 지원에 대한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치주질환에 시달리는 장애인이 많지만 고가의 진료비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다.

 

치과적 진료비는 일반인들에게도 항상 고비용으로 인식될 만큼 값비싸다.

 

현재 장애인이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을 경우 6-7만원 정도의 비용 발생하며, 충치치료의 경우 사기루 치료시 치아당 7만원의 비용 발생, 임플란트의 경우, 치아당 150만원~200만원 비용 발생한다. 이는 일반인과 똑같은 대우다.

 

이에 김명진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장 등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치과진료비용에 대한 표준화를 통해 적정 진료비를 공지돼야 한다”며 “표준 진료비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공공의료체계와 연계한 구강진료 활성화 지원 및 장애인 구강건강유지 환경조성, 장애인 구강진료담당 인력양성 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가한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이들이 말한 대안이 대안으로만 끝나지 않길 빈다”며 “장애인을 위하고 그들의 상처까지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출처 - 쿠키뉴스 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