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성폭력 범죄에도 살인처럼 예비·음모죄가 적용된다. 성(性) 착취 영상물을 광고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더욱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제작범죄는 공소시효를 폐지해 끝까지 추적한다.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물을 만든 뒤 이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 등 이어지는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국무조정실은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무조정실·법무부·행정안전부 등 11개 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팀에서 안을 만들었다. 
 
이번 종합 대책의 핵심은 피의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다. ‘몰래 카메라’처럼 범죄수단에 맞춘 기존의 대책만으로는 조직·폐쇄적으로 진화한 범죄 수법을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우선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법정 형량을 높인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불법 음란물을 제작·판매·배포·소지하면 각각 1년 이하 징역~무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초범 등을 이유로 징역 1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집행유예 기간 또 다른 성 착취 방을 만든 사례가 발생하는 등 범죄 근절과 예방에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가중·감경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양형 인자 등을 논의하고 있어, 이날 발표자료에 구체적인 형량은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양형위에서 무거운 처벌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당국은 SNS 등에 성 착취 관련 영상물을 광고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방침이다. 또한 성폭력 범죄에도 살인처럼 예비·음모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성폭력을 모의한 것만으로도 죄를 묻겠다는 의미다. 
 
독립몰수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도 법원에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피의자가 해외로 달아나 장기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져 범죄수익을 되찾는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범죄행위는 공소시효를 폐지한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방침이다. 
 
앞으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처럼 사안이 중대한 사건의 피의자는 수사단계에서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재판 이후 이뤄지는 신상공개 대상의 범위에 성 착취물 제작·판매자도 포함된다.
 
또한 정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도 범죄로 규정하기로 했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성적인 의도를 갖고 채팅 앱 등으로 접근한 뒤 거짓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유인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성적 내용이 담긴 사진 등을 손에 넣은 뒤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부적절한 만남을 요구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성적 영상물 요구부터 처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