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잇따라 “김준기 회장 성폭력사건 집행유예 규탄한다”



가사도우미와 비서 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1심 판결을 두고 정치권에서 규탄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경 부대변인은 19일 “재판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재판부는 김 회장이 75세 고령이라며 구속상태에서 풀어줬지만, 75세 고령이라는 김 회장의 드러난 혐의는 20대 비서 성추행 29차례, 가사도우미 성폭행과 성추행 13차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재판부가 시대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뒤쳐저 있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사법부마저 성폭력을 가벼운 죄로 취급하는 현실이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김 전 회장은 자신과 고용관계에 있는 가사노동자와 비서를 상대로,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성폭력을 자행했고, 이는 가장 크게 처벌해야 할 종류의 성폭력인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라며 “집행유예 처분이 나왔다는 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강 대변인은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를 용서했다’는 점을 선처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 재판을 바라본 국민들은 재판부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합의 종용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 성폭력 친고죄가 폐지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피해자의 용서를 명분삼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는 재판부의 행태가 통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지난 17일 피감독자간음·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