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체육계 지도자 15명이 자격증 취소·정지 없이 학교에서 여전히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체육계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18일부터 5월3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을 대상으로 '국가대표 및 선수촌 등 운영·관리실태'를 감사해 이런 문제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월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비위가 추가 폭로됨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감사원에 국가대표와 선수촌 운영·관리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이 결과 △국가대표 선수촌 출입관리와 교육관리 부실 △국가대표 훈련비 부당 편취 △스포츠비리 신고사항 방치 △실효성 검토 없이 비리 개선대책 부실 수립·발표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폭력 등 금고 이상 선고받은 97명 자격 정지 없이 방치

문체부는 2017년 10월 산하 단체 국정감사에서 선수 성폭행을 사유로 대한볼링협회에서 제명된 고등학교 볼링팀 감독 K씨가 자격증 제재를 받지 않은 사실과 기존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209건의 자격증 취소·정지 처리 문제를 지적받았다. 담당 국장 J씨는 당시 국감에서 문제제기를 직접 듣고도 A씨에 대해서만 자격정지 처분을 하고, 나머지 사항에는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이 대한체육회가 징계(2014년~2018년)한 지도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성)폭력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자격증 취소(4명) 또는 정지(93명) 처분이 필요한 지도자가 97명으로 확인됐다. 그중 15명은 2019년 5월 현재까지 자격증 취소·정지 없이 학교 등에 계속 근무했다.

또 문체부는 2016년 1월 (성)폭력은 중징계(자격정지 1년 이상)하며 이를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한체육회가 2016년 3월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을 제정하면서 (성)폭력 등 주요 비위에 대해 여전히 징계를 감경할 수 있게 했다. 문체부가 이를 방관한 결과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승부조작으로 실격 처리된 선수 11명에게 견책·출전정지 6개월을 내리는 등 지난해 3월까지 (성)폭력 등으로 징계처분한 104건 중 33건이 징계양정 기준보다 수위가 낮았다.  

◇체육단체 간 징계공유, 문체부 방관에 7년째 실행 안 돼

비위 지도자가 징계 기간 중 다른 체육단체로 이동해 활동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징계정보 공유방안'도 지난 2013년 처음 논의됐으나, 여태 제자리걸음이다. 문체부는 2013년 '스포츠 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받아 체육단체 간 징계정보를 공유·활용하도록 했다.

문체부는 이를 방치하다가 2017년 10월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에서 해당 내용이 논의되자, 대한체육회에 징계정보 공유가 안 되는 이유를 문의했다. 담당국장 J씨는 대한체육회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징계정보 공유가 곤란하다고 하자, 이를 법적 검토 없이 수용했다. 그러던차 문체부는 지난해 1월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사건이 보도된 뒤 체육단체 간 징계정보 공유방안을 또다시 포함한 대책을 내놨다.  

이뿐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문체부 방침과 달리 다른 체육단체에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받은 사람도 지도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정관 등을 고쳤는데도, 문체부는 이를 그대로 승인하거나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장애인수영연맹이 지난 2016년 12월 장애인수영연맹이 폭력을 사유로 제명한 L씨가 2018년 5월부터 대한수영연맹에 코치 등록 후 계속 활동하는 등 비위 지도자 4명이 체육단체를 옮겨 복귀했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장관에게 부정·비위행위 등이 확인된 지도자 97명에 대해 자격증 정지·취소 처분을 하고,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담당 국장 J씨 징계 여부를 자체 결정하라고 통보하는 등 조치를 했다.

◇외국인 선수·코치 훈련수당 수억원 빼돌려 

선수촌 관리도 허술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월부터 진천선수촌 출입자가 정문 출입리더기에 보안카드를 접촉하게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입촌자 636명 중 191명은 보안카드 접촉 없이 입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전에 발급한 플라스틱 출입증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신원 미확인자가 사용 중지된 출입증 16개를 이용해 선수촌에 183회 출입했다.

각 종목 협회의 보조금 집행도 엉터리였다. 대한카바디협회는 지난 2014년 12월 국가대표의 촌외훈련용 숙소로 오피스텔(원룸 20개 실 및 지하실)을 월 1785만원에 9개월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월임대료를 780만 원으로 낮춘 후 차액을 돌려받았다. 카바디협회는 총 2억4200여만원을 반환받아 그 중 1억9400여만원을 협회 운영비 등으로 집행했다.

또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해 외국인 코치·선수를 고용 또는 귀화시켜 놓고 훈련수당을 빼돌렸다. 연맹 직원 A씨는 외국인 코치 B씨 명의의 한국계좌를 직접 관리하며 받은 훈련수당 등 3900여만 원을 B씨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3개월분 훈련수당 2600여만 원을 받는 등 6500여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또 연맹 임원 C씨도 귀화선수·외국인코치 9명의 한국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 등 3억11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문체부장관에게 이들 협회가 부당 집행한 보조금 등에 대한 교부 결정 취소와 보조금 반환 조치를 하고,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련자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한편 대한체육회장에게 이들을 징계요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