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참고인 측에 따르면 지난달 A 씨와 A 씨의 여자 친구인 피해여성 B 씨, 가해자 C 씨가 함께 술을 마셨다. A 씨는 “(가해자와는) 5살 때부터 어느 지방의 소도시 시골 한 동네에 살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같이 졸업한 둘도 없는 친구였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여자친구 집으로 술을 한잔 더 하러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은 술을 마신 후 B 씨와 A 씨가 잠든 그날 오후에 발생했다. C 씨가 잠들어 있던 B 씨에게 몹쓸 짓을 하다 발각 된 것이다. 극심한 고통에 잠이 깬 B 씨는 속옷이 찢어져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와 눈이 마주치며 큰 충격을 받았다.
B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알렸고 A 씨는 도망가려던 C 씨를 붙잡아 112에 신고를 했다. A 씨와 B 씨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경찰의 행태는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가해자 조사도 하기 전,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들른 A 씨에게 ‘(가해자는) 구속 사안이 아니다’라거나 ‘판결이 나도 구속되지 않는다. (그 정도 사안으로 구속하려면) 우리나라 빌딩을 지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또 수사관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합의 안 한다는 전제에 벌금에 집행유예로 갈수도 있다’는 취지로 예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준강간 혐의는 벌금형이 없지 않느냐”고 황당해 했다.
A 씨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B 씨는 공정한 수사를 받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경찰서를 찾아가 수사관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해당 경찰서는 ‘교체를 해 주겠다’며 여성 순경을 수사관으로 배치했다. A 씨와 B 씨는 나중에서야 이 여성 순경이 전 수사관과 같은 팀인 사실을 알고 서부서 청문감사관실에 항의를 하고 제대로 된 수사관 교체 요청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곱지 않은 경찰의 시선과 화(火)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피해 여성은 “청문에 전화를 하니 화를 내더라. ‘두 번 다시는 이런 것으로 전화 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혹시 보복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 온 몸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서부서는 피해 여성의 수사관 교체 요청에 대해 지난 8일 뒤늦게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서 관계자는 “(수사관이) 불구속 수사로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단호한 표현을 쓴 것 같다. (판결 부분은) 저희가 판단할 부분이 아닌데 그건 과장됐거나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며 “고민 끝에 수사관 교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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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http://www.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