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성직자 성폭행 스캔들로 고심

 

 

 

이탈리아는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한 나라다.

교황의 발언은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더라도 종종 저녁 뉴스의 톱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가톨릭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두텁다.

그런 나라에서 최근 들어 성직자들에 의한 성폭행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나 아일랜드에 비해서는 아직 경미한 수준이지만 가톨릭이 압도적인 국가에서 느끼는 충격은 적지않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성직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학대 건수가 지난 10년간 73건으로, 피해자가 235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토대로 집계한 것으로, 대부분은 미국에서 가톨릭 성직자의 성폭행 스캔들이 불거진 2002년 이후 7년동안 발생한 것들이다.

미국이나 아일랜드에 비하면 미미한 수에 불과하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성직자의 성폭행에 관한 보도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다.

이탈리아 국민과 교회가 점차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인구 6천만명인 이탈리아에는 성직자가 5만850명이나 된다.

남아메리카와아프리카의 전체 성직자 보다도 많으며, 인구 3억명의 4만4천700명의 성직자가 있는 미국 보다도 많다.

성직자의 성폭행 스캔들의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이탈리아에서 드러난 스캔들을 보면 미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를 닮아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가난한 계층 출신에 신체 또는 정신 장애인이거나 약물중독자로 보호위탁된 미성년이 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가톨릭 국가로 성직자들이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주류 언론을 포함해 가톨릭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또한 지방의작은 도시의 경우 섹스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어 성직자의 스캔들을 말하는 것은 '금기중의 금기'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침묵의 공모'를 깬 것은 베로나에 있는 한 농아학교 출신들의 폭로였다.

67명의 이 학교 졸업생 67명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이 학교에서 성직자와 수도사들에 의해 성적 학대와 체벌 등이 있었다고 연명으로 고발했다.

이들 가운데 14명은 베로나에 있는 2개의 캠퍼스에서 직접 수년동안 겪었던 성폭행 등을 자세하게 증언하는 테이프와 진술서 등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을 학대한 24명의 사제 등 가해자들의 이름도 명시했다.

가해자 가운데는 훗날 베로나의 주교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구 차원의 조사에서는 전 주교의 성적 학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학생들이 무고한 성직자들을 고발하도록 사주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관계자들은 조사가 학교 관련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했으며 이전 학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폭행 스캔들이 발생했을 당시 이탈리아 교구회의 2인자인 쥬세페 페토리는 이탈리아에서 성직자의 섹스 스캔들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회의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않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가톨릭 간부 성직자와 교황청에서는 이 문제를 예사롭지 않게받아들이고 있다.

교황청 윤리위의 한 간부는 미국에서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성직자 섹스 스캔들의 여파로 이탈리아 국민도 점차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성직자 비행을 뿌리뽑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출처 - 쿠키뉴스 2009.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