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소급적용’ 전문가 견해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9일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과 관련, '전자발찌법'을 개정해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하자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찬.반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방향으로 전자발찌법을 개정하면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우게 된다.

검찰과 일부 법학자 등 개정에 찬성하는 쪽은 전자발찌 부착이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적 조치인 '보안처분'의 하나여서 헌법상 보장된 '형벌불소급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개정할 때 적용 범위와 대상을 신중히 판단해 결정하면 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18개 지검의 성폭력ㆍ아동 전담 부장검사와 공판부장검사 등 70여명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전자발찌 확대는 헌법상 금지된 소급 입법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고 이런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형벌에 준하는 보안처분으로 본다면 소급 적용이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 소급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와 별도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범위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으로 보안처분은 형벌과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나 일사부재리 또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보안처분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판례는 "보안처분은 반사회적 위험성을 가진 자에 대하여 사회방위와 교화를 목적으로 격리수용하는 예방적 처분이라는 점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그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 구별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보안처분의 일종인 전자발찌도 형벌불소급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소급 적용과 확대 시행을 반대하는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은 법 개정 논의가 절차상, 내용상으로 헌법과 형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상으로는 법 시행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경우 명백한 소급 입법에 해당해 헌법상 금지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내용상으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이 보장하는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고, 범죄와 형벌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형법상 '적정성의 원칙'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형벌은 아니더라도 전자발찌 부착은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법 개정 논의는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한 나머지 형벌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하는 입장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자발찌의 소급 적용은 단순한 형벌 확대 시행의 차원을 넘어 인신구속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지금 논의대로 법이 개정되면 최근 사형제 논란과 마찬가지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등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국민읽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