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자석]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껍질’ 깨야

박성일

 

이틀 전 인천 부평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평일 오후 2시 한산한 시간이라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어떤 노인 승객, 필자 세 명만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인이 큰 소리로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까 이 버스에 휠체어 탄 장애인 한 분이 타느라 거의 10분 정도 운행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을 나치처럼 수용소에 넣고 몰살시켜야 한다는 등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쏟아냈다. 순간 너무도 당황하여 이 같은 몰상식한 말을 듣고도 대꾸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도 부평역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시각장애인을 본 어느 노인이 욕설을 퍼부었다. “아침부터 소경 봐서 재수가 없네. 에이 퉤.” 돌바닥에 침을 뱉는 작태를 보면서 처참한 마음이 들었다. 장애인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아직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만이 문제일까. 사실 우리는 모두 장애인을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보며 찡그리는 일반 시민들을 상상보다 많이 목격해 왔다. 표정을 금세 바꾸고 교양인인 척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낯빛들은 장애인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2000년 전 철학자인 장자(莊子)는 사람들의 이러한 속성을 간파하고 있었던 듯하다. 다양한 장애인의 사례를 들어 의식의 전복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꼽추, 언청이 등이 오히려 인간다움을 지니고 도를 체득한 ‘체도자(體道者)’로 서술하면서, 외형적인 다름에 대해서만 구애받는 사람들의 근시안을 반박하였다. 온갖 존재들의 근본이 동일하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 역시 소중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부 대상에 쉽게 미혹되지 않아 다른 사람보다 덕을 지닐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은일(隱逸)이나 장생(長生)만을 추구한 것 같던 장자에게 존재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우리도 장자와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꿈에서 나비를 보고도, “내가 나비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내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고 하는 분별의 해체를 이루어 내었듯이, 서로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외형적으로 불편한 그들에 대해 냉소하는 것도, 불쌍하다고 연민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기본 전제야말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발 새해부터는 장애인을 죄인이나 불구자로 여기는 수많은 시각이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다. 내 옆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따뜻한 여유를 지닌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해질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 경향닷컴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