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10년] 女風 당당… ‘유리천장’은 균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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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맞은 이후 지난 10년간은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여성부가 중앙 정부부처로 신설되고, 성차별적 제도라고 비판받아온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여성 권한 측면에서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시기였다.

 

당시 초대 여성부장관으로 취임했던 한명숙 장관은 여성인권 문제와 함께 남녀가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반 구조 개선과 여성의 일ㆍ가정 양립 등을 역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늘었고, 주요 그룹의 임원으로 당당히 진출한 여성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정부 수립 후 첫 여성총리가 탄생하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많이 늘어나는 등 정치권에서도 '여풍(女風)'이 불기 시작했고, 사법고시 등 시험에서도 여성의 합격률이 크게 늘었다.이에 따라 '조직 내에서 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유리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많았으며, 모든 면에서 남성들을 압도하는 엘리트 소녀를 가리키는 '알파걸'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여성의 실업률이 급증하자 '여성은 여전히 해고 1순위'인 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업 '유리천장' 균열 중

 

지난 1월 22일 CJ그룹은 김정아(47) 당시 해외영화사업본부장을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국내 30대 기업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이 CEO에 취임한 첫 사례다.KT는 6월 양현미(46) 개인고객 전략본부장과 송영희(48) 홈고객 전략본부장에 이어 기업고객 전략본부장에 이영희(51) 전무를 선임해 3개 부문 전략본부장을 모두 여성이 맡는 '여성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 방송사 사상 최초의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KBS가 지연옥(56) 당시 시청자센터장을 경영본부장에 임명한 것이다.이제 기업에서 여성의 임원 진출은 더이상 일시적인 화젯거리가 아니다.

 

사주 일가가 아닌 여성들이 주요기업에서 잇따라 임원으로 임명됨에 따라, 여성들이 능력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많은 땀을 쏟으며 노력한 결과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창업을 통해 직접 기업체를 꾸리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1999년 98만1천여 업체로 전체의 약 33.5%를 차지했던 여성기업은 2000년 100만 업체를 돌파하고,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늘어 2007년 115만4천여 업체로 전체의 36.2%까지 성장했다.전반적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었다.

 

2000년 48.8%를 기록했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5년을 기점으로 50%를 넘어섰다.성별 임금격차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2002년 남성 대비 64.8%의 월급을 받았던 여성들은 2007년에는 남성의 66.4%를 받았다.

 

◇사회ㆍ정치 분야에서도 '여풍(女風)'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도 '여풍'이 거세게 불었다.

 

2007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돌파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각종 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도 크게 늘었다.

 

행정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1992년 3.2%에서 2007년 49%로, 외무고시는 10%에서 67.7%로 늘었다. 사법고시는 1995년 8.8%에서 2007년 35%로 증가했다.이에 따라 공공부문과 기업체의 여성관리자 비율도 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포함 여성관리자 비율은 2007년 11%에서 지난해 12.51%, 올해 14.13%로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2003년 5.9%에 불과했으나 2004년 4월 총선의 여성의원 약진을 계기로 두자릿수인 13%로 늘었고, 2008년에는 14.4%로 다시 증가했다.

 

무엇보다 2006년 한명숙 전 총리가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취임하면서 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약진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됐다.

 

오랜 여성계의 노력으로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법ㆍ제도 차원에서의 여성 인권도 상당히 개선됐다.

 

성폭력특별법, 가족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인권 3법'도 제정됐다. 최근에는 여성을 의사결정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보호ㆍ통제의 대상으로 본다는 이유로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온 혼인빙자 간음죄가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

 

문제는 개선된 여성의 지위가 위기 상황이 되면 다시 곤두박질 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며 여성계에서 '여전히 여성은 해고 1순위'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2008년까지 50%를 넘어섰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올해 2월 47.5%까지 떨어졌고, 이달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98% 이상이 여성이라는 정부의 통계도 공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7월 발표한 남녀간 임금격차도 38%나 돼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회원국 평균인 18.8%의 2배 이상이었다.

 

한국에는 뿌리깊은 남녀 차별 의식이 있을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보다 고소득, 정규직, 전문직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OECD의 분석이었다.

 

여성 기업인 숫자가 느는 것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등 다른 조직에서는 여성들이 능력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리는 일이 많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성평등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는 2002년 0.378점에서 올해 0.550점으로 상승했으나 순위는 여전히 60위권에 머물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GI)' 역시 0.615점으로 세계 134개국 중 115위로 최하위에 가까운 순위를 보이고 있다.'유리천장'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유리천장이 깨지는 시기는 요원한 셈이다.

 

여성부도 최근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새로운 국가 성평등 지표를 만들어 여성 정책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하지만, 양성평등 사회로의 이행은 통계 수치의 변화와 제도만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전국민이 양성평등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출처 - 쿠키뉴스 200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