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구타에 강제노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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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인권 첫 국가보고서

 

 

 

 

10명중 8명은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

 

 

 

퇴원후 주거시설 보장 … 사회적응도 높여야

 

 

◆지난 1982년 당시 21세였던 김 모(48)씨는 용인의 한 정신요양원에 강제로 입소해야 했다. 형제들이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알리지 않고 결정한 것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에서의 생활은 마치 군대와도 같았다. 요양원은 입소자들을 조로 나눠 조마다 반장을 뒀다.

 

직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핑계로 밤이면 반장에게 단체기합을 받기 일쑤였다. 직원들의 구타도 매일같이 이어졌다. 낮에는 요양원에서 시키는 각종 노동일을 했다. 김씨는 “요양원 일이란 일은 다 했다.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환경에서 김씨는 20대를 다 보냈다. 그는 13년 만인 1995년, 34세가 돼서야 퇴소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다행히 건물 청소, 세탁일 등을 하며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정신장애인들 중 상당수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며 기간도 필요 이상으로 길어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약 2년 8개월 동안 정신장애인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를 4일 처음으로 발표했다.

 

인권위 최경숙 상임위원은 “정신장애인에겐 적절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이들을 격리시켜 왔다”면서 “이 보고서에 기초해 국무총리와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 인권친화적 정책 수립을 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의 없이 입원한 정신장애인 86.2%나 돼 = 2008년을 기준으로 정신보건기관에 입원한 전체 환자 6만 8110명 중 자의로 입원한 환자는 13.8%에 불과했다. 나머지 86.2%는 비자의 환자거나 응급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의 환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 아래 입원한 경우로 보통 보호의무자는 가족이며 무연고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

 

우리나라의 비자의 입원율은 2007년 90.3%에서 줄어든 것이나 OECD 국가의 3~30%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인권위는 비자의 입원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입소시설의 편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신보건법 23조에 따르면 자의 입원한 환자는 원하면 언제든 퇴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신장애인 입원 환자 1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2008년 인권위 조사 결과 입원 시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도 형식 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34.7%에 달했다.

 

입원 기간도 지나치게 길었다.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율이 53%에 달했으며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평균 7년 이상 입소했다. 평균입원일수는 233일로 영국 52일(1999년 기준), 독일 26.9일(1997년 기준)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퇴원한 즉시 다른 시설에 강제로 입원한 경우도 25.2%에 달했다. 그 이유로 입소자들은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서(12.4%)’ ‘보호자의 편의 때문(23.2%)’라 답했다. 지역사회 정착 시설 미비, 보호의무자의 이해관계가 이들을 장기 입원하게 하는 것이다.

 

인권위 장애정책담당 조현석 팀장은 “정신장애인이 입원하면 병원은 수가를 받아 매출이 늘어난다”면서 “보호의무자의 편의, 병원의 이해관계, 감독 모니터링의 부재, 사회의 편견 등이 얽힌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의입원 원칙 세우고 입퇴원 절차 강화 = 인권위는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정신보건법에 자의 입원 원칙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현재 정신보건법은 자발적 입원을 권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율을 낮추기 위해선 절차를 강화하도록 건의했다. 타의에 의한 입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단을 위한 입원’과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단을 위한 입원이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연장될 경우에도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적정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퇴원 후 주거시설 제공 등 보호 의무도 정신보건법에 규정하도록 권했다. 특히 보호의무자가 시장 군수 구청장인 경우 대다수의 환자들이 퇴원 후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장기간 입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정신 보건 서비스를 받도록 사회복귀시설을 확충하고 복지예산을 확대할 것 등을 건의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출처 - 내일신문 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