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의 거짓 손 들어줘"…시민단체 화났다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15일 전북 한 사립대학교 앞에서 '전북지역 대학 내 미투 사건 가해교수 징계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0.15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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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동료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북 모 사립대학교 A교수의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전북시민사회 단체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교수는 2014~2015년 동료 교수와 제자를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초 A교수는 2013년부터 4명을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2명에 대한 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A교수는 수사단계부터 재판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그들이 위증과 무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과 A교수 양측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Δ피해자가 사건 발생 시점과 장소 등을 1심과 다르게 진술하고 다수가 있는 장소에서 했다는 범행의 목격자가 없으며,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모순된다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전북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은 지난 4일 성명서에서 "면밀한 심리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상고 기각결정은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법원의 판결은 장황하게 작성됐으나 지극히 편파적인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담함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오늘 사법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거짓된 손을 들어주었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그들이 편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가해자를 옹호해도 우리는 그의 범죄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성인지 관점의 부재는 성폭력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다"며 "사법부의 수많은 법관들이 성인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학교와 사법부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중 기자 dano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