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비판 없이 내놓은 서울시 성폭력 대책은 ‘속빈 강정’"

‘성폭력’도 없고 사건 실체도 없는 관련 대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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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언제든 문제의 휴대폰 포렌식 직권조사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5개월 만에 서울시가 내놓은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에 대해 10일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에서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언론 플레이 등을 지적하지 않고 “사건의 실체 없이 만든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박 전 시장 사건의 중심에 있는 ‘증거폰’에 대해 “소유자가 박 전 시장이 아닌 서울시이므로 서울시가 포렌식 의뢰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입수할 수 없는 박 전 시장 관련 사진이 유출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내놓는 대책은 역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작 이 사건과는 계속 거리를 두는 모습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대책명에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이라고 한 것도 사안의 무게감을 축소한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김기현 여성정책담당관은 “여성계에서 보는 성폭력 개념과 좀 다르다”며 “성폭력과 성추행은 범죄이지만 성희롱은 언행이나 수치심과 관련돼 범죄가 아니며, 이 개념을 대책에 포함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번 대책에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부 소통창구가 일원화된 점은 긍정적이라 봤다. 그러나 가해자 공간 분리나 즉시 업무 배제 조치 등이 미흡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현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업무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의 경우 “현재 휴가를 다 써서 업무 복귀를 해야 하는데 내부 분위기 탓에 못 하고 있다”고 신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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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조사의 주체가 시민인권보호관에서 여성권익담당관으로 바뀔뿐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은 유지됨에 따라 독립성 훼손 우려가 나온 데 대해서는 “무조건 외부에서 해야 한다기보다는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중요한 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 답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조사 독립성 관련 지적에 대해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며, 사건 발생 시 서울시가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관련 분야 경력을 지닌 권익조사관을 별도 채용하고, 성희롱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하도록 해 조사·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여성정책담당관은 “가해자 처벌을 넘어 전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구조와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봤다”며 “조직이 책임지고 이에 대응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내부 조사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